Page 24 - 하우인 2024년 9월호 - (주)하우엔지니어링 웹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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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4 SEPTEMBER
좋/은/글 좋/은/느/낌
어느 목수
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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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
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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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
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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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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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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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
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(書架 ) 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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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
다가 건축 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.▴
’
「 나무야 나무야 / 신영복
」
㈜ 하우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24